최인호의 소설은 성년으로 추방당한 유년의 꿈과 상처에 대한 기록이자 부재하는 것에 대한 욕망의 편력이라 할 수 있다. 성숙에 대한 의도적 거부와 위반 위에 축조된 그의 소설은 편안하고 친숙한 현실을 뒤집어 보게 만드는 힘을 행사하며 그럼으로써 현실과 비현실의 관계를 끊임없이 심문한다.
동화적 순진성의 외관 밑에 숨어 있는 전복적 상상이야말로 최인호 문학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 할 수 있다. 또한 그의 소설 미학 가운데 우리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희극적인 터치이다. 언어 그 자체가 실존적인 경험을 전개시키듯 마술적인 힘으로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탁월한 미학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