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리의 시들은 아련한 슬픔이 느껴지면서도 아름답고, 고통스러우면서도 따뜻하다. 이런 다양한 정서들의 중첩은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시선의 깊이에서 온다. 세상은 고통이 지배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고통을 감내하게 하는 사랑의 힘이 있어 유지된다. 삶의 무게를 말하는 것은, 그것을 견디는 생명의 소중함을 돌아볼 때 진정성을 가지게 된다. 김해리 시인의 시들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바로 이런 다성적 진실을 바라보는 진정성에서부터 온다. 상투적인 언어의 껍질을 깨기 위해 시인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는 자유를 실행하지만 그 자유는 우리의 삶을 되짚어 보는 무거운 말의 무게로 다시 돌아온다. 김해리 시인은 무거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시어들을 통해 우리 삶의 이 아이러니한 모습을 잘 포착해 보여주고 있다.